수상결과

2025 대한민국 그림책상에 응모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선정 결과를 아래와 같이 알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작품에 축하를 드립니다.

선정결과 (가나다순)
(총 9종)
선정결과 테이블
구분 도서명 저자명 출판사명
대상 픽션 점과 선과 새 조오 ㈜창비
논픽션 이런, 멋쟁이들! 김유대 이야기꽃
특별상(장관상) 꽃에 미친 김 군 김동성 ㈜보림출판사
코끼리를 만지면 엄정순 ㈜우리학교
특별상(원장상) 건축물의 기억 최경식, 오소리, 홍지혜 ㈜사계절출판사
경복궁 친구들 조수진 어흥대작전
청동 투구를 쓴 소년 소윤경 도서출판 봄볕
환호 공은혜 마음모자
신인상 들어와 민병권 길벗어린이㈜
심사위원(가나다순)
강민경, 김민화, 김수정, 김순녀(김시아), 문영숙, 정해심, 최덕규
심사평

예술적 혁신과 시대적 책임

2025년 대한민국 그림책상은 '예술적 완성도·창의성·혁신성·다양성·포용성'을 기준으로 대상(픽션·논픽션), 특별상(장관상·원장상), 신인상을 선정했다.

픽션 대상 『점과 선과 새』는 도시 조류 충돌 문제를 기초 조형 언어인 ‘점’과 ‘선’으로 환원해 생명의 시작과 단절을 응축적으로 보여주며, 글 없는 서사와 절제된 색, 영화적 전환으로 ‘연대’와 ‘공존’의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한다.

논픽션 대상 『이런, 멋쟁이들!』은 딱정벌레의 형태와 무늬를 대담하게 확장하되, 정밀한 관찰에 기반한 장면 구성과 연극적 타이밍, 코믹 비트로 탐구의 ‘속도’를 독자에게 돌려주는 논픽션 그림책의 모범을 제시한다.

특별상(장관상) 수상작 『꽃에 미친 김 군』은 전통 회화 문법과 책공예를 결합해 K-그림책의 국제 경쟁력을 드러내고, 『코끼리를 만지면』은 ‘본다’는 행위를 촉각–상상–이미지로 재해석해 감각의 차이를 결핍이 아니라 창조의 원천으로 제시한다.

특별상(원장상) 수상작 『건축물의 기억』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화자로 내세워 그림책이 역사 기록과 성찰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청동 투구를 쓴 소년』은 1인칭 시점으로 올림픽사와 손기정의 이야기를 병치해 역사 기억을 감각화한다. 『환호』는 언어를 최소화하고 색·형태만으로 탄생–성장을 이야기하며, 『경복궁 친구들』은 파노라마 접지와 상호작용적 전개로 책의 물성을 놀이로 확장한다.

신인상 『들어와』는 줄넘기 규칙을 전복해 규칙·권력·합의의 본질을 유머와 긴장 속에 탐구한다. 여백과 대비, 표정·몸짓의 리듬, 반전 결말로 놀이가 어떻게 권력의 장치가 되는지 보여주는 대담한 데뷔작이다.

올해 수상작은 환경·인권·역사 등 동시대 의제를 장르의 경계를 허문 혁신적 형식과 결합해 그림책이 예술 실험과 사회 성찰을 포괄하는 장르임을 재확인시켰다. 수상자를 비롯한 모든 출품 작가와 출판사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를 전하며, ‘대한민국 그림책상’이 국내 창작을 지속적으로 북돋고 K-그림책의 국제적 위상을 넓히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장 김민화
수상작 소개
대상(픽션 부문) 점과 선과 새
점과 선과 새 책 표지
점과 선과 새
글·그림 작가
조오
출판사
(주)창비
하나의 점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점과 선과 새』는 세상을 바꾸는 작지만 단단한 용기, 서로 연대하는 삶의 소중함을 그린 조오 작가의 그림책이다. 자유로이 하늘을 날지 못하고 인간이 세운 인공 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을 소재로, 작고 여린 존재들이 낸 용기가 모여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을 비춘다. 새들이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 높이 5cm, 폭 10cm 미만의 작은 공간을 뜻하는 ‘5x10 규칙’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작품은 무력한 현실을 환기하는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함께 점을 찍고 선을 그리는 작은 존재들의 모습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다.

눈부신 연대의 풍경
공존하는 세상의 아름다움

길가에 떨어진 깃털을 모으는 까마귀는 인간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고유한 공간을 빼앗기고 사라진 생명들을 애도하며, 현실과 환상을 오가다 끝내 그 경계를 허물고 다시 점을 찍기 시작한다. 조오 작가가 펼치는 눈부신 연대의 풍경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의 아름다움까지 넌지시 보여 주며 연대하는 마음과 그 실천을 역설하기도 한다. 작품 전면에 선명하게 흐르는 메시지가 묵직한 울림을 주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점과 선과 새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조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우연히 목격한 새의 죽음을 계기로 이 책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작가를 꿈꾼 적은 없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를 바랐습니다. 이번 수상으로 그 바람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듯해 더욱 뜻깊습니다. 이 책이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 나와 타인 사이의 공존 문제를 함께 나누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점과 선을 그리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응원이 되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그림과 이야기가 있어 다행이라 느낀 순간들이 저를 그림책 작가의 길로 이끌었고, 어느새 저도 몇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제 작업물이 책으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의가 있었지만, 이제는 책이 독자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 더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독자가 ‘이 책을 만나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대상(논픽션 부문)이런, 멋쟁이들!
이런, 멋쟁이들!
이런, 멋쟁이들!
글·그림 작가
김유대
출판사
이야기꽃
딱정벌레들이 이렇게나 멋쟁이였다고?
작은 것들 속에서 발견하는 놀라운 세계!

황금 왕관을 쓴 외계의 임금님,
꽃 피워 달라고 기도하는 달 토끼,
사이좋게 책을 읽는 다정한 두 친구,
띠띠빵빵! 붐비는 자동찻길,
건널까 말까 망설이는 소 한 마리,
어두운 세상 밝히는 환한 보름달…
이게 다 딱정벌레들이 품고 있는 풍경들?
마음 활짝 열고, 상상의 힘을 내어 보세요.
작은 딱정벌레들의 멋진 세계가 열립니다.

온몸이 갑옷처럼 단단한 껍데기로 싸여 있어 갑충(甲蟲)이라고도 하는 딱정벌레는 지금까지 기록된 것만 35만 종이 넘을 만큼 모양도 색깔도 생활상도 다양한 생물군입니다. 이 책은 몸길이가 0.2~15cm 정도로 작은 딱정벌레들의 크고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상상하는 그림책입니다.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에 열광하는 아이들부터 반딧불이의 추억을 간직한 어른들까지 즐겁게 감상하며 생명의 멋진 모습과 자연의 푸른 기운을 흠뻑 느끼길 바랍니다.
이런, 멋쟁이들!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김유대
백패킹을 좋아합니다. 산에서 잔다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밤하늘의 달과 별을 마주하고,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에 잠이 듭니다. 아침에는 아름다운 여명과 일출을 선물 받습니다. 하루는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딱정벌레를 만났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보석 같았습니다. 그 가느다란 더듬이와 다리가 마디마디 섬세하게 움직이다니!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작지만 힘찬 기운을 표현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크게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이야기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책 속에서 하늘줄무늬보석바구미가 말합니다. “작은 것에도 귀를 기울여 줘” 평범하고 존재감 없어 보여도 아름다운 빛을 품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주는 격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모두가 멋쟁이들!”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마냥 그리는 것이 좋아 시작한 그림책에 멋진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완성되기까지 많은 분들이 애정을 품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있습니다. 함께 해 주신 김장성 편집자님과 고선아 디자이너님께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모델이 되어 준 스무 마리 딱정벌레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모두모두 더 반짝 빛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신나게 놀 수 있기를! 스스로 소중히 아끼며 서로 사랑하길 바랍니다.
특별상 꽃에 미친 김 군
꽃에 미친 김 군 책 표지
꽃에 미친 김 군
글·그림 작가
김동성
출판사
(주)보림출판사
『엄마 마중』 김동성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으로, 자연을 스승 삼고, 꽃을 벗 삼은 꽃에 ‘미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담장에 핀 나팔꽃을 보고 꽃의 매력에 푹 빠진 김 군은 어른이 되어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꽃을 사랑한다. 김 군의 모든 일상은 꽃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미쳤다며 손가락질하지만 김 군은 오히려 꽃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이들이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눈 뜨자마자 꽃을 향해 간밤의 안부를 묻고, 다양한 방법으로 꽃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김 군은 마침내 꽃을 향한 지극한 사랑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낼 방법을 찾는다.

이 책의 주인공 ‘김 군’은 18세기 조선에 실존했던 인물 ‘김덕형’을 모티브로 삼았다. 당시에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하는 것이 지식인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풍조가 있었는데, 김덕형은 그중 꽃을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한 화가였다.

아쉽게도 현재 김덕형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으며, 그의 책 『백화보』도 그 행방이 묘연하다. 이름 석 자 제대로 남기지 못했으나, 후세에 길이 남을 정도로 꽃을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는 김동성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과 만나 우리 앞에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꽃에 미친 김 군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김동성
부산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동양화의 전통에 현대적 감수성이 더해진 그림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빼어난 연출과 서정미가 돋보이는 그림책 『엄마 마중』으로 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하늘길』, 『책과 노니는 집』, 『메아리』,『나이팅게일』, 『비나리 달이네 집』, 『그 오월의 딸기』등이 있고 『꽃에 미친 김 군』을 지었습니다.
특별상 코끼리를 만지면
코끼리를 만지면 책 표지
코끼리를 만지면
글·그림 작가
엄정순
출판사
(주)우리학교
『코끼리를 만지면』은 엄정순 작가가 10년 넘게 이끌어 온 예술 프로젝트 ‘코끼리 만지다’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그림책으로, 시각 장애 학생들이 코끼리를 상상하고, 찾아가 만져 본 뒤, 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상상에서 체험, 그리고 창작에 이르는 예술적 여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지만, 무엇보다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아이들과 예술가가 함께 완성한 작품들이다. 손끝의 감각을 시각 이미지로 형상화해 낸 작품들은 누가 봐도 코끼리지만, 흔히 상상하는 코끼리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엄정순 작가는 『열반경』에 나오는 ‘맹인모상(장님 코끼리 만지기)’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전복함으로써, 장애에 대한 편견을 유쾌하게 뛰어넘고, 예술과 창의성 그리고 공감과 협력의 힘에 대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코끼리를 만지면』에는 시각 장애인 미술 교육을 개척해 온 엄정순 작가의 오랜 경험과 예술적 통찰이 스며들어 있다. 회화와 사진, 조각이 어우러진 이 독특한 그림책에서 보편적인 언어로서 예술의 위대함, 협업 속에서 피어나는 상상력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코끼리를 만지면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엄정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와 독일 뮌헨미술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우리나라와 독일, 일본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문화재단, 이화여자대학교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2023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서보예술상을 받았다.

예술가로서 ‘본다는 건 뭘까?’라는 궁금증을 늘 마음에 품고 있다. 그 궁금증에 이끌려 오랫동안 시각 장애 아이들과 함께 미술 수업을 했다. 1997년부터 사단법인 ‘우리들의눈’을 만들어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예술가와 아이들이 코끼리를 직접 만져 본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작품을 만드는 ‘코끼리 만지기’는 그중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200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특별상 건축물의 기억
건축물의 기억 책 표지
건축물의 기억
글·그림 작가
최경식·오소리·홍지혜
출판사
(주)사계절출판사
『건축물의 기억』은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의 시작에 맞닿아 있는 작품입니다. 제목이 가리키는 건축물은 지금의 민주화운동기념관, 과거의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이 책은 남영동 대공분실에 대해 최경식, 오소리, 홍지혜 작가가 각자 느끼고 경험한 것을 세 가지 목소리로 전개합니다. 작가들은 현장을 답사하고 피해자들의 증언록을 살피고 가해자들의 자취를 좇아 세 가지의 시선을 촘촘히 담아냈습니다. 최경식 작가는 도입부에서 건축물을 다각도로 묘사하며 실재하던 공간의 분위기를 생생히 담았습니다. 오소리 작가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그림과 글을 토막토막 보여 주며 가해자들의 난폭한 정신세계와 고문의 공포감을 표현했습니다. 홍지혜 작가는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떠올리기 힘든 고통을 차갑고 담담한 푸른색으로 그려냈습니다. 하지만 고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단단하게 나아가고자 하는 내면적 분투를 그들의 목소리에 담아 이야기를 맺었습니다. 『건축물의 기억』은 과거에 고통을 공감하며, 많은 투쟁 끝에 민주주의를 이끌어 낸 민주화 운동을 기리고 그 발판으로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을 전합니다.
건축물의 기억 책 내용 이미지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최경식
어느 날, 세 명이 한 권의 책을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책의 배경은 남영동 대공분실이었고, 제가 건축과 출신이며 『파란 분수』, 『나는 화성탐사로봇 오퍼튜니티입니다』의 그림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때는 “평소의 삼분의 일의 노력으로, 부담 없이 건물만 열심히 그리면 되겠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수락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과장을 조금 보태면, 결국 세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주제의 무거움과 익숙하지 않은 협업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높은 허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완성된 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수상으로까지 이어진 일은 더욱 값지고 반갑게 느껴집니다.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오소리
저는 개인적 경험과 상처를 바탕으로 치유와 공감의 이야기를 작업해 왔습니다. 『건축물의 기억』은 잊히는 기억을 새롭게 전해 세대 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책입니다. 특정 사건이 아닌 누구나 겪는 내면의 감옥을 이야기하며, 독자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조금씩 나아가길 바랍니다.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홍지혜
저는 감정과 목소리로 터져 나오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에 관심을 두고 작업해 오고 있습니다. 『L부인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러한 주제를 꾸준히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 책 작업은 세 명의 작가가 함께 치열하게 부딪히며 협업하였고, 다시 혼자가 되어 외롭게 작업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특별한 그림책입니다. 혼자였다면 감당하기 어려웠을 그 공간의 기억들이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고 서로 의지하면서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만든 시간과 같이 독자들과도 함께 그 기억을 공유하며 이 시대에 여러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의 호흡으로 구현한 그 기억이 단순히 역사의 아픈 기억을 함께 나누는 것을 넘어, 조금 더 생기 있게 각자의 의지로 이어갈 수 있는 씨앗이 되기를 바랍니다.
특별상 경복궁 친구들
경복궁 친구들 책 표지
경복궁 친구들
글·그림 작가
조수진
출판사
어흥대작전
‘경복궁’을 거닐어 봅니다. 조선시대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돌과 연못, 굴뚝, 그림, 조각, 석상 등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손을 얹어 매만져보면 옛날 경복궁의 모습이 보이는 듯도 하고 느껴지는 듯도 합니다.

눈알을 부라리며 속을 빤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해치, 천진한 표정의 천록, 구름 위로 솟구쳐 날아다니는 용, 늠름해 보이는 십이지신. 옛날에는 경복궁에서 왕과 왕실의 수호자들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을 방문하는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축복하는 서수 친구들입니다.

『경복궁 친구들』은 광화문에서 시작해 영제교, 근정전, 사정전, 교태전, 자경전, 경회루, 그리고 신무문까지 경복궁의 다양한 건축물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파노라마 형식의 접이식 그림책으로, 독자들에게 경복궁을 실제로 거니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경복궁 친구들 책 내용 이미지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조수진
책의 물성을 활용한 다양한 그림책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우주와 외계인에 대한 호기심이 지나칩니다. 재밌고 유쾌한 지구인이 되고 싶습니다.

쓰고 그린 책
『위대한 완두콩』, 『2053년 이후, 그 행성 이야기』, 『거울책』, 『달토끼 거북이 오징어』, 『우진이의 일기』등이 있습니다.
특별상 청동 투구를 쓴 소년
청동 투구를 쓴 소년 책 표지
청동 투구를 쓴 소년
글·그림 작가
소윤경
출판사
도서출판 봄볕
『청동 투구를 쓴 소년』의 이야기는 크게 세 줄기로 나뉜다.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한 청동 투구다. 뜨거운 불 속에서 만들어진 청동 투구는 신에게 바치는 승리의 상징, 용감한 자에게 허락된 물건이지만, 긴 세월 전쟁의 참혹한 광경을 목도한다. 뒤이어 뜨거운 마라톤 벌판을 달리는 병사가 등장한다. 병사는 아테네까지 40여 킬로미터를 달려 페르시아 전쟁에서의 승전 소식을 전하고 숨을 거둔다. 훗날 ‘마라톤’의 유래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다. 마지막, 현대로 넘어와도 여전히 누군가는 뜨거운 볕 아래 달리고 있다. 압록강 변을 달리는 소년, 바로 손기정이다. 손기정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손에 넣는다. 청동 투구는 본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주어져야 했지만, 손기정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베를린 올림픽으로부터 50년이 지난 1986년이 되어서야 청동 투구는 비로소 제 주인을 찾는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전해지는 청동 투구는 단순한 유물이 아닌, 평화와 인내, 인간 정신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승리보다는 평화를 말하며,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전하는 이 여정은 모든 세대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청동 투구를 쓴 소년 책 내용 이미지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소윤경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파리 국립 8대학에서 조형 예술을 전공했습니다.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화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청동 투구를 쓴 소년』, 『영원의 얼굴』, 『우주지옥』, 『수연』, 『콤비』, 『호텔 파라다이스』, 『레스토랑 Sal』, 『내가 기르던 떡붕이』를 창작했으며, 「귀신 감독 탁풍운」 시리즈, 「다락방 명탐정」 시리즈, 『우주로 가는 계단』, 『거짓말 학교』, 『구스범스 1』 등 여러 동화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예술을 그림책 속에 담아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특별상 환호
환호 책 표지
환호
글·그림 작가
공은혜
출판사
마음모자
우연히 떨어진 열매 하나가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한다. 숲은 겨울 동안 품어주고 벗을 내어주며 열매 곁에 자리했다. 봄이 되자 생명의 소리와 짙은 초록으로 가득 차오르고, 5월의 바람에 나무가 살랑거린다. 이것은 어린 생명을 향한 숲의 환호. 숲의 환대와 기대를 받으며 자라나는 작은 생명들은 아침이 되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환호하기 시작한다. 이파리는 태양을 향해 손을 뻗어 올리고, 아이는 기지개를 쭉 켜면서 말이다.

생명이 자라기에 필요한 볕과 밤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언제나 주어진다. 쉴 수 있는 밤은 하루의 끝에 항상 존재하고, 잠으로 토막 난 시간의 끝은 새로이 떠오르는 태양이 반겨주니 말이다. 그림책 속의 사계절은 시종일관 생명력으로 꿈틀거린다. 스산한 가을이든, 노을 진 풍경이든 한낮의 여름이든 말이다. 작가 고유의 빠른 터치와 이색적인 색의 운영으로 그림책의 사각 틀은 우리가 속한 세상을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그 세상은 자라나는 작은 이와 먼저 자란 큰 자들의 응원과 애정이 가득한 생명력 넘치는 곳이다.
환호 책 내용 이미지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공은혜
그림책의 막바지를 준비하는 중에 나라에 무거운 일들이 연달아 터졌다. 이런 시기에 그림책 환호를 내도 좋을지 고민이 생겼다. 나는 바람과 산책 중에 스치는 꺼끌꺼끌한 풀을 좋아하는데, 이를 위해 미세먼지 경고에도 밖으로 나가곤 한다. 사회는 사건과 사고로 우리들의 마음을 움켜쥐고 지금은 긴급 상황이니 이해하기 바란다고 말하는 듯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책을 낸다는 건, 미세먼지 최악에 산책을 나가는 것과 같이 영문 모를 사람의 행동 같았다.

아이를 낳고 아침마다 드로잉을 했다. 어지러운 연필 선을 그으며 새벽 소리를 듣다 보니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 이야기는 하나씩 그림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따금 이런 식으로 작업하는 내가 먼지 속에 헤매는 괴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희뿌연 먼지 너머로 많은 사람들의 환대를 들은 날이다.

불안 속에서 시작되었던 드로잉은 이제 그림책이 되어 세상을 돌아 나를 위로하고 있다. 돌고 도는 과정 중에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시선을 내리고 내려 우리의 경계 아래에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것이 고마운 세상을 향한 나의 환호가 될 테다.
신인상 들어와
들어와 책 표지
들어와
글·그림 작가
민병권
출판사
길벗어린이(주)
“놀자, 들어와.” 늑대가 당나귀, 뱀, 펭귄, 토끼 그리고 고릴라와 함께 줄넘기 게임을 해요. 뛰고, 뒤돌고, 눈 감고, 땅 짚고, 박수 짝짝 그리고 만세! 늑대는 동물 친구들에게 규칙을 알려줍니다. 늑대가 알려준 규칙대로 줄넘기를 하면 살 수 있대요. 단, 동작이 틀리면 죽는 거예요.

『들어와』는 게임에서 살고 죽는다는 의미를 이중적으로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생동감 넘치는 동물들의 표정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통쾌한 결말과 장면과 장면 사이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늑대의 속임수에 걸려든 동물들은 줄을 넘을 때마다 하나씩 사라지고, 늑대의 배는 점점 커져 가요. 동물 친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남을 속이고 욕심을 부린 늑대들의 마지막 모습을 교훈 삼아, 모두 웃을 수 있는 즐거운 놀이를 꿈꾸는 『들어와』입니다.
들어와 책 내용 이미지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민병권
우리가 아는 이야기 속 늑대는 늘 꾀 많고 욕심 많으며 무섭게 그려져 왔습니다. 『들어와』 속 늑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규칙 안에서 배를 불리고, 동물들을 하나씩 몰아넣지만 동시에 규칙을 성실히 지키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중적 모습을 비난할지, 삶에 충실한 존재로 볼지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들어와』는 결국 저 자신에게 던진 질문과 답이 오가는 대화 같은 책입니다. 한 컷 한 컷 답을 채우며, 아직 못다 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열어준 책이기도 합니다.

‘웃음’을 담아내는 것은 제 작업을 이끄는 힘입니다. 웃음 속에 숨은 여러 감정을 발견하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그림 한 장 한 장, 설렘과 즐거움을 채워갑니다.

제가 걷는 길이 옳은지 두렵기도 하지만,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힘내어 걸어가겠습니다.
2025 대한민국 그림책상 시상식
일시2025.11.10.(월) 14:00
장소페럼타워 3층 페럼홀
내용3개 부문 9종 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