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결과
2024 대한민국 그림책상에 응모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선정 결과를 아래와 같이 알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작품에 축하를 드립니다.
선정결과 (가나다순)
(총 9종)
선정결과 테이블
구분 도서명 저자명 출판사명
대상 픽션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박현민 ㈜창비
논픽션 꼬마늑대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 윤정미 ㈜사계절출판사
특별상(장관상) 세월 1994-2014 문은아, 박건웅 노란상상
시장에 가면~ 김정선 길벗어린이(주)
특별상(원장상) 빠삐용 김선배 호랑이꿈
선로원 장선환 만만한책방
타르트의 맛 김지민 ㈜한솔수북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전미화, 조원희 문학과지성사
신인상 달터뷰 임윤 도서출판 풀빛
심사위원(가나다순)
문승연, 변윤희, 엄혜숙, 정병규, 조성순, 조은숙, 최형미
심사평
2024 대한민국 그림책상 응모작은 총 516종이었다. 픽션 · 논픽션 ·신인상 부문으로 분야를 나누어서, 예술적 완성도 ·창의성 및 혁신성 ·다양성 및 포용성 등을 기준으로 작품을 심사했다.

대상(픽션)을 받은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설인 야티를 등장시켜 인간과 자연이 친구가 되어 공존하는 법을 보여준다. 히말라야를 무대로 삼아 작품의 시공간을 크게 확장한 점이 주목할 만했다. 대상(논픽션)을 받은 『꼬마 늑대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은 빨간 모자와 늑대를 등장시켜 안경의 쓸모와 안경의 역사를 보여준다. 논픽션이 지녀야 할 지식과 재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작품이다. 신인상을 수상한 『달터뷰』는 달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달의 문화적 의미를 담아 우리 인간에게 달이 어떤 의미인가를 보여준다. 달을 인터뷰한다는 설정이 작품을 아주 흥미롭게 만든다.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다. 우선 『세월 1994-2014』은 침몰한 배 세월호의 시점에서 세월호 사건을 표현했는데, 우리 사회의 아픈 상처인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도록 환기시킨다. 『시장에 가면』은 누군가를 찾는 아이를 등장시켜 서울에 있는 전통시장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가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는 입양 문제를, 『빠삐용』은 동물권 문제를 제기한다. 두 작품 모두 우리 인간의 행태를 적극적으로 비판한다. 『선로원』은 선로원인 아버지의 삶을 화가인 아들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아버지가 놓은 선로를 따라 바다에 이르는 아들의 모습이 세대를 아우르는 이해와 공감을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타르트의 맛』은 오감으로 맛을 느끼는 임금님을 그림책의 ‘물성’을 통해 표현했다. 기억을 환기시키는 맛이야말로 최고의 맛이라는 메시지가 잘 드러난다.

2024 대한민국 그림책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동시대적인 메시지, 다채로운 시각 표현, 작품에 걸맞은 다양한 물성을 보여준다. 수상작들을 보면, 한국 그림책의 현재를 가늠하게 하고 희망찬 미래를 전망하게 한다. 상을 받은 모든 작가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심사위원장 엄혜숙
수상작 소개
대상(픽션 부문)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책 표지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글·그림 작가
박현민
출판사
창비
우리는 자연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그림책의 물성을 활용해 탁월한 공간감을 연출하는 작가 박현민의 그림책이다. 전설 속의 존재 ‘예티’를 주인공으로, 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설산 배경의 압도적인 스펙터클이 펼쳐지는 가운데, 낯선 존재와 친구가 되어 가는 이야기가 영화처럼 연출된다. 색과 공백의 조화로 만들어 낸 독창적인 이미지 역시 상상력을 자극한다.

문명의 위선을 꼬집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야생성을 대표하는 예티와 그를 인간 사회에 융화시키고자 하는 ‘예티협회’의 대립 관계를 통해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동물이나 자연을 손쉽게 ‘친구’라고 일컬으면서도 함부로 대상화하는 인간의 실상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임을 내세우면서 정작 자연을 소외시키는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이 보여 주는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서서히 바뀌어 가는 주인공의 태도에 있다. 예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예티를 잃을 위기를 겪은 ‘유진’은 그를 진심으로 위하는 방법을 깨닫는다. 나와 다른 존재와 눈을 맞추고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는 태도의 가치를 전하는 작품이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박현민
저는 책에서 독자가 시각적 틀을 해체하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뒤바뀌는 과정에서나 단순한 배경이었던 산이 움직이는 순간, 우리는 다른 틀을 인지하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확신을 가진 집단을 어리석고 악하다고 비난하지만 우리는 모두 한정된 틀을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미 훌륭한 책들이 많기에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는 작은 변주에도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에 비해 표면에 드러나는 것은 미미하지만 그동안 만든 책들의 이런 지점들을 알아봐 주시고 등을 밀어주시는 것 같아서 힘이 납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점점 더 좋은 책을 만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대상(논픽션 부문)꼬마늑대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
꼬마늑대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
꼬마늑대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
글·그림 작가
윤정미
출판사
(주)사계절출판사
완전히 새롭고 감각적인 논픽션 그림책의 탄생
안경 하나로 꿰는 아기자기한 이미지의 향연

『꼬마늑대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은 안경에 깃들인 재미난 사실을 쏙쏙 골라 아름다운 그림으로 구상한 예술적인 논픽션 그림책이다. 옛이야기 ‘빨간 모자’의 서사를 가져와 안경 이야기를 풀기 좋게 맛깔난 변주를 주었다. 눈이 나빠 토끼 한 마리 잘 못 잡는, 귀여운 꼬마늑대가 등장하고, 빨간모자는 똑소리 나는 안경 박사로 등장하여 꼬마늑대의 안내자가 된다. 어쩌다 함께 안경점으로 향하는 길은 무척 환상적이다. 안경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흐르고 그 이야기를 한발 앞선 창의적인 이미지가 펼쳐진다. 정보를 두텁게 파고들기보다는 실용적인 내용으로 구성하여 안경이란 사물을 대하는 시야를 열어 준다.

꼬마늑대의 안내자가 빨간모자라면 독자의 안내자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윤정미 작가는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논픽션과 픽션 경계에 있는 그림책의 분위기를 신비롭게 연출했다. 모든 장면이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꾸린 빨간모자와 꼬마늑대의 상상 신이다. 안경 실루엣이 곳곳에 숨겨진 참신한 그림들이 수수께끼를 읽어 내도록 이끌며 독자의 상상력을 움직인다. 문학적인 스토리텔링과 안경에 관한 상식, 거기에 독창적인 이미지텔링까지 모두 놓치지 않고 알차게 담은 그림책이다.
꼬마늑대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윤정미
안경 없는 삶은 요즘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 위대한 도구는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오늘날까지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코에 내려앉아 언제 썼는지도 모르는 각자에게 흐릿한 첫 경험으로 남아 있을 안경, 알고 싶지 않은 물건을 흥미롭게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저의 첫 논픽션 그림책 『꼬마 늑대가 처음 안경을 맞춘 날』의 시작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직장동료의 컴퓨터에서 어느 그림책 일러스트의 작품을 본 후, 그림책의 세상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림책 작업은 저에게 끝없이 펼쳐지는 이미지의 축제입니다.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마다 설레고 재미있습니다. 새롭고 낯선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갈망이 제 작업을 이끌어 줍니다.

처음부터 논픽션을 기획하지는 않았습니다. 뜻밖의 형식으로 뻗어나가는 작업은 잔잔히 깔리기 시작한 불안의 요소였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출간의 이유이자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이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즐겁고 자유롭게 작업하고 싶습니다.
특별상 세월 1994-2014
세월 1994-2014 책 표지
세월 1994-2014
글 작가
문은아
그림 작가
박건웅
출판사
노란상상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여 출간한 기억과 추모의 다큐멘터리 그림책.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귀한 생명을 허망하게 떠나보내며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남긴 이 참사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그동안 제대로 밝혀졌는가? 누가 사고의 책임자인지 제대로 규명되고 처벌받았는가? 이 그림책은 세월호의 입을 빌려 일인칭 시점으로, 참사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침몰의 원인과 과정을 풀어 나간다.

지나친 규제 완화, 안전보다 경제성을 중시하는 태도, 무사안일주의 같은 수많은 ‘그러지 않았어야 할’ 일들이 겹겹이 쌓이고 쌓여 끔찍한 참사에 이르는 과정이 세월호의 입을 빌린 문은아 작가의 담담한 서술로 펼쳐진다. 오랜 시간 팽목항을 오가며 연대 활동을 이어온 작가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 근현대사 이면의 뼈아픈 이야기를 다룬 장편 만화나 시사 풍자만화에서 민중 목판화 느낌의 묵직한 먹선을 주로 사용해 온 박건웅 작가가, 이번 그림책에서는 화사한 색감의 아크릴 점묘화 기법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하나하나 그려 넣으며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했다. 담담한 세월호의 독백이 눈부시게 화사한 봄날 풍경과 어우러져 지극한 슬픔의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세월 1994-2014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 작가 문은아
2014년 《이름 도둑》으로 5.18 문학상 동화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쓴 동화로 《오늘의 10번 타자》, 《정정당당 재판관 포와 땅땅 재판소》, 《기린 놀이터에서 만나》 등이 있습니다.
작가 사진
그림 작가 박건웅
한국 사회 이면의 아픈 이야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쳐 온 만화가입니다. 주요 작품으로 《황금동 사람들》, 《제시이야기》, 《괴물들》 등이 있으며, 대한민국 만화대상 신인상, 오늘의 우리만화상, 부천만화대상을 받았습니다.
특별상 시장에 가면 ~
시장에 가면 ~ 책 표지
시장에 가면 ~
글·그림 작가
김정선
출판사
길벗어린이(주)
아침에 눈을 뜬 아이가 집을 샅샅이 뒤져 보지만 애타게 찾는 ‘무언가’가 사라졌다. 아이는 강아지 토리와 ‘무언가’를 찾으러 씩씩하게 길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각양각색 수산물이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아이는 2층부터 1층까지 우럭과 꽃게, 소라를 파는 가게 사이사이를 꼼꼼히 둘러본다

《시장에 가면~》은 아이와 토리가 ‘무언가’를 찾으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출발해 남대문시장까지 서울에 있는 16개의 전통시장과 을지로 가구조명거리, 덕수궁, 서울특별시청처럼 서울의 특색 있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여정이 커다란 판형 안에 펼침 페이지 형식으로 꽉 채워 담겼다. 시장마다 고유의 특징을 살린 풍경을 감상하며 곳곳에 숨어 있는 주인공과 친구들을 찾아보고, 익숙한 노래의 리듬과 음률을 살려 이야기를 따라 읽어 보자. 온통 보물 천지인 시장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하는 볼거리와 놀 거리로 가득한 그림책이다.
시장에 가면 ~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김정선
“시장에 가면~”은 우리의 공간 그 자체가 살아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 콘텐츠를 표현하기에 그림책의 물성 파라텍스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고민을 하였고, 이에 책의 구조, 눈 선, 읽는 행위, 순서와 실제 각 시장이 가지고 있는 공간, 위치, 시장 간의 관계를 주인공 도토리의 동선과 위치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시장에 가면~”이 보다 넓게, 보다 깊게, 보다 오래 읽히기를 기대해봅니다. 우리의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물리적으로 멀리 있는 독자들,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독자들, 시간적으로 멀리 있는 미래의 새로운 독자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랍니다.

공간은 그 안에서 켜켜이 쌓이는 시간과 사람과 이야기가 만나 버무려진 우리의 문화이자 삶이며 그 자체가 살아있는 예술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특별상 빠삐용
빠삐용 책 표지
빠삐용
글·그림 작가
김선배
출판사
호랑이꿈
우연히 세상 밖으로 나온 사육 곰 ‘빠삐용’이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그림책.
세찬 비가 쏟아지는 깜깜한 밤. 반달시 곰 사육 농장에서 곰 두 마리가 탈출합니다. 곧 뉴스 속보가 나오고, 경찰은 포수와 수색견을 대동해 추격에 나섭니다. 경찰은 곧바로 인근 야산에서 한 마리를 사살하고, 나머지 한 마리는 쫓습니다. 며칠이 지나도록 곰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곰이 기차를 타고 가는 걸 봤다’ ‘비행기에 매달려 가는 걸 봤다’는 목격담이 떠돌고, 이 신출귀몰한 곰에게 ‘빠삐용’이라는 별명까지 붙습는다. 과연 ‘빠삐용’은 어디로 간 걸까요.

『빠삐용』은 불법 사육 농장을 탈출한 반달가슴곰 뉴스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그림책입니다. 뉴스 형식의 텍스트는 사람의 관점을, 곰의 동선을 따라가는 이미지는 탈출한 곰의 관점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연출한다. 강렬한 색감과 역동적인 선, 속도감이 느껴지는 구도는 그림책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해 준다. 단순한 사육 곰의 탈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 ‘철창’ 안에 살고 있는 무수히 많은 동물들의 ‘자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빠삐용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김선배
긴 시간 재미난 것을 찾아 많은 곳을 어슬렁거렸습니다. 그림 그리는 일이 제일 재밌어서 지금도 그림을 그립니다.

어느 날, 뉴스 한 토막을 보고 그림책이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사육 농장을 탈출한 곰의 이야기였습니다. 미처 몰랐던 세계의 이야기를 알게 되자, 철창 밖으로 탈출한 다른 동물들도 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얼룩말은 도시를 누비다가 마취총에 맞아 쓰러졌고, 암사자와 늑대, 퓨마는 끝내 사살됐습니다. 코끼리, 오랑우탄, 사슴, 타조가 철창 밖으로 나와 도시를 달렸습니다. 대부분 사살되거나 다시 잡혀 철창 안으로 돌아갔습니다. 곳곳에서 갇혀있던 동물들이 탈출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빠삐용』을 작업하던 어느 겨울밤, 긴급 재난 문자를 받았습니다.
‘야생 멧돼지 출몰. 외출 자제. 안전에 유의 바람.’ 창문을 열었습니다. 검은 어둠 속을 놀란 멧돼지가 달리고 있습니다. 그 밤에 멧돼지도, 사람도 놀랐습니다.

세상에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앞으로도 그 이상한 일들을 그림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특별상 선로원
선로원 책 표지
선로원
글·그림 작가
장선환
출판사
만만한책방
<선로원>은 장선환 작가가 한평생을 선로원으로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모티브로 만든 자전적 이야기다. 17년 넘게 작가의 가슴속에 품고, 세우고, 허물기를 반복한 이야기여서인지, 50여 쪽 장면장면마다 아버지에 대해 작가가 느끼는 응축된 감정의 흔적들이 잘 드러난다.

선로원이었던 아버지를 기억하고, 그 시간의 의미를 차분히 메우며 써내려 간 작가의 고백은 아버지와 함께한 어린 시절의 추억,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철길로 드러나는 인생의 굽이진 시간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겹겹이 쌓인 인생이 풀어내는 이야기에 하나씩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그림책 작가가 되어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내주는 사람이 된 아들은 전하고 싶다. 아버지의 묵묵한 노동이 있었기에, 세상에 새로운 길이 생기고, 그 길을 따라 새로운 곳을 만날 수 있었다고. 그렇기에 <선로원>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힘든 노동으로 세상을 바꿔 온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의 땀에 바치는 헌사다.
선로원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장선환
어린 시절 항상 기찻길 옆에서 살았다. 그래서 언제나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기찻길 옆에 사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시끄럽다고 투덜댔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소리가 시끄럽지 않았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나서 마음이 든든했다.

<선로원>은 선로원이셨던 내 아버지의 이야기다. 작가가 되고 꼭 선로원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결국 긴 시간이 지나 내가 아빠가 되고나서야 선로원을 쓰고 그릴 수 있었다.

<선로원>은 작가인 나에게 가장 큰 숙제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만들어져서 기쁘다. 그리고 이 책을 기다려 준 가족과 함께 작업한 분들께 감사드린다. 기차가 철길을 따라 달리듯 나도 그림책 작가로 더 힘차게 달려갈 것이다.
특별상 타르트의 맛
타르트의 맛 책 표지
타르트의 맛
글·그림 작가
김지민
출판사
(주)한솔수북
‘석판화와 팝업으로 펼쳐지는 감각의 아름다운 세계’
<타르트의 맛>은 ‘맛’이라는 추상적 감각을 그림책이라는 시각(혹은 촉각)적 매체인 그림책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공감각을 느끼는 임금님과 그의 요리사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손바닥이나 온몸을 통해 어떤 물리적 형태의 촉감으로 맛을 느낄 수 있는 공감각을 지녔습니다. 이 책은 그런 특별한 감각을 지닌 사람이 느끼는 한 순간을 독자들이 함께 경험하게 해줍니다. 그 감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기법으로는 석판화와 팝업을 사용했습니다. 고전적인 매체인 석판화는 디지털 매체로는 구현이 힘든 깊이, 아날로그적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더해 팝업은 맛의 공감각적 형태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며 실질적으로 형태뿐만 아니라 팝업을 손으로 흔들면 들리는 소리(청각)까지 더해져 더욱 감각의 세계를 확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일상적으로 느끼는 여러 가지 감각이 얼마나 신비롭고 경이로운 일인지, 동시에 감각을 느낀다는 행위자체가 우리가 현재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해주며, 우리 인생에 다채로운 빛과 풍부함을 부여하고 있음을 독자들이 함께 느끼게 해줍니다.
타르트의 맛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김지민
동판화로 만든 그림책 <하이드와 나>로 데뷔하였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티스트 북 <좀이 쑤시는 7시간, The Seven Hours Itch>가 있습니다. 그림책이라는 매체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 책의 내러티브, 시각 디자인적 요소, 그리고 책이라는 물성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 고전적인 매체인 동판화(etching)나 석판화(lithography)를 활용하여 디지털 매체로는 구현이 힘든 깊이, 아날로그적 감성 및 예술가의 개성적인 터치를 보여줍니다. 작가는 요즘은 흔히 접할 수 없는 이런 시각적 매체를 통해서 독자들이 책의 내용과 함께 다양한 예술적 표현의 감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 그림책에서 다루지 않았던 여러 형태와 테마를 통해 그림책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별상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책 표지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글 작가
전미화
그림 작가
조원희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그림책 작가로 각각 확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전미화, 조원희 작가가 첫 공동 작업으로 그림책을 펴냈다. 담백한 언어와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그림으로 그려 낸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는 더 이상 금기시되는 단어가 아닌 입양, 그 가족의 모습을 정면으로 응시해 바라보게 한다.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평온하게 지내던 아이는 자라면서 점점 주위를 의식하게 된다. 혈연의 관계로만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혈연이 아닌 가족 관계에 대해서는 은연중에 선입견 혹은 여러 겹의 시선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경계의 눈빛을 아이도 알아챈다. 그 시선은 끈질기고 무례하다. 아이가 느낄 정도로. 아이가 느꼈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두려움과 혼란 앞에서 아이는 좌절하고 만다.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간 아이를 빛이 있는 세상으로 인도해 줄 사람은 가족뿐이다. 핏줄을 넘어서는 사랑, 책임, 이해, 포용으로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가는 아빠와 아이의 여정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 작가 전미화
한국일러스트학교(Hills)에서 그림책을 공부하였고, 『눈썹 올라간 철이』가 첫 그림책입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씩씩해요』, 『달려라 오토바이』, 『미영이』, 『빗방울이 후두둑』, 『너였구나』, 『물싸움』,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쩌면 그건』, 『오빠와 손잡고』, 『달 밝은 밤』, 『섬섬은 고양이다』, 『다음 달에는』, 『어딘가 숲』, 『해가 왔다』가 있습니다. 가족의 다양성과 함께하지만 주체로서의 자유로운 사회이길 바랍니다.
작가 사진
그림 작가 조원희
2009년 첫 그림책 이후로 자연과 동물에 관한 그림책 작업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원고를 처음 봤을 때, 근본적인 존재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좋았습니다. 하늘이나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존재는 한없이 작아서 핏줄이나 편견 같은 것들도 별 의미 없어 보였고, 그런 지점을 최소한의 요소로 담담하게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고의 생생한 매력이 사라지진 않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게 되어 무척 기쁘고 감사합니다. 처음 그림책을 시작한 무렵부터 작업과 시간을 공유해 온 동료와의 첫 공동 작업이라 의미가 더 크고,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을 주제를, 제가 낼 수 없는 목소리와 어투로 이야기하는 원고를 만나 즐거웠습니다. 그 즐거움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히 작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인상 달터뷰
달터뷰 책 표지
달터뷰
글·그림 작가
임윤
출판사
도서출판 풀빛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달을 보며 많은 상상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달을 신으로 여기며 소원을 빌기도 했고, 달에 토끼가 산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오늘날에는 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달의 비밀이 대부분 밝혀졌고, 달보다 더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이 많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뉴스에 달이 출연했습니다. 세계 최초, 달과의 인터뷰가 시작된 것입니다. 달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로 ‘사람들의 이야기 들어 주기’를 꼽습니다. 공룡이 살던 선사 시대 때부터 비교적 가까운 과거까지, 달은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 왔거든요. 그러나 얼마 전부터 사람들은 밤하늘에 달이 떴는지도 졌는지도 모른 채 어딘가 서둘러 갔고, 무슨 바쁜 일이 있는지 핸드폰만 봤습니다. 달은 멀어져 버린 사람들과의 사이를 좁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뉴스를 보고 있을 사람들에게,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쳐다봐 달라고 말하지요.

고개를 들어 달과 눈을 맞춰 보세요.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해 보세요. 달은 우리가 달을 잊었던 순간에도 우리를 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넓은 마음으로 따뜻하게 위로해 줄 것입니다.
달터뷰 책 내용 이미지 1
작가소개
작가 사진
글·그림 작가 임윤
빨래를 걷어 오라던 명을 받고 어기적어기적 옥상 계단을 오르던 열 살의 어느 초여름 저녁. 여느 밤과 달리 유독 주변이 훤하여 ‘나 모르게 아버지가 불을 달았나!’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다가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정수리 위로 동그마니 떠 있는 보름달이 어찌나 둥그렇고 눈부시던지. 어지러우면서도 신비한 기분을 느끼며 한참을 멍하니 달을 보던 순간이 아직도 어제같이 생생합니다.

그날 이후 달에 입덕한 저는 지인들에게 ‘오늘 달 좀 봐. 참 예쁘다!’ 같은 내용의 문자를 뜬금없이 꾸준히 보내며 소심한 달 덕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입덕 이후 서른 해의 시간이 흘러 달에 대한 이야기로 상도 받게 되었으니, 이 정도면 성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저는 매일 밤이 내리면 하늘을 더듬으며 오늘의 달을 찾고 속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엄마에게도 못 하는 말을 달에게는 합니다. 달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제가 글과 그림으로 빚어낸 달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달을 올려다보고, 달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달을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2024 대한민국 그림책상 시상식
일시2024.11.4.(월) 14:00
장소페럼타워 3층 페럼홀
내용3개 부문 9종 시상